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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학과 브리핑

신선로에 담긴 한 그릇의 질서, 의성 김씨 종가의 열구자탕

이것은 무엇일까

열구자탕입니다. 의성 김씨 청계 김진 종가, 경상북도에 전하는 종가음식으로 기록된 갈래입니다. 여러 가지 고기와 전, 버섯, 해물을 신선로 틀에 색을 맞추어 돌려 담고 육수를 부어 끓여 내는 음식입니다.

준비할 것

제육(편육용), 소간, 조기, 미나리, 쪽파, 밀가루, 달걀, 석이버섯, 새송이버섯, 고사리, 고비, 도라지, 전복, 대하, 소고기, 닭고기, 고기 양념, 육수. 도구로는 신선로 틀과 열구자탕 틀이 쓰입니다.

전통적인 방법

제육은 편육용으로 준비해 핏물을 제거한 후 육수를 우리고, 고기는 건져서 신선로 크기에 맞춰 편으로 썹니다. 손질한 소간과 조기는 한 치 길이로 포를 떠서 전을 지지고, 미나리와 쪽파는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푸른색이 나게 지집니다. 석이버섯은 곱게 다져 달걀 흰자와 섞어 전을 부칩니다. 새송이버섯, 고사리, 고비, 도라지는 깨끗이 손질한 후 밑간하고 열구자탕 틀 크기에 맞춰 썰어 놓습니다. 손질한 전복과 대하, 석이버섯전, 미나리전, 쪽파전도 같은 크기로 썹니다. 소고기와 닭고기는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고기 양념에 재워 열구자탕 틀에 깔고, 썰어 놓은 재료들의 색에 맞춰 그릇에 돌려 담습니다. 육수를 붓고 끓여냅니다.

왜 이렇게 했을까

이 조리법에서 눈에 띄는 첫 번째 원리는 「크기를 먼저 정하는 일」입니다. 신선로 크기, 열구자탕 틀 크기에 맞춰 고기를 썰고, 전복과 대하와 각종 전도 같은 크기로 썹니다. 재료를 손에 잡히는 대로 써는 것이 아니라 그릇이 기준이 되어 모든 칼질을 지배합니다. 두 번째 원리는 「색을 배치하는 일」입니다. 재료들의 색에 맞춰 그릇에 돌려 담는다는 대목은 이 음식이 맛 이전에 보이는 질서를 갖는 음식임을 말합니다. 세 번째 원리는 「층과 면의 구분」입니다. 양념에 재운 소고기와 닭고기를 아래에 깔고 그 위에 썰어 놓은 재료를 돌려 담습니다. 아래층은 국물의 맛을 내는 바탕이 되고, 위층은 색과 결을 보이는 자리가 됩니다. 네 번째 원리는 「한 그릇 안에서 여러 조리법을 모으는 일」입니다. 편육을 삶아 육수를 내고, 소간·조기·미나리·쪽파·석이버섯으로 각각 전을 지지고, 버섯과 나물은 밑간을 합니다. 한 가지 조리법으로 통일하지 않고 여러 조리법의 결과물을 한 틀에 모으는 것입니다. 이것은 재료를 아끼기 위한 방식이라기보다, 한 상에 여러 가지를 차리고자 하는 종가의 상차림 관념이 그릇 하나에 압축된 결과로 읽힙니다. 다만 왜 이런 방식이 자리 잡았는지에 대한 유래와 연원은 이 자료에 나오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조리법 자체가 드러내는 원리까지만 말할 수 있습니다.

눈과 손으로 판단하는 법

쪽파와 미나리 전은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푸른색이 나게 지지는 것이 기준입니다. 색으로 익음을 판단하는 대목입니다. 석이버섯전은 곱게 다진 석이버섯을 달걀 흰자와 섞어 부치므로 흰 바탕에 검은 결이 드러납니다. 재료를 담을 때는 색에 맞춰 돌려 담는 것이므로, 담는 사람의 눈이 곧 판단 기준이 됩니다.

지역과 집안마다 달랐던 것

자료는 의성 김씨 청계 김진 종가, 경상북도라는 범위를 밝히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이나 다른 집안의 열구자탕이 어떻게 달랐는지는 이 자료에 나오지 않습니다.

꼭 알아둘 안전사항

자료에 안전 사항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방법에 담긴 생활문화

이 음식은 재료를 각각 따로 손질해 놓고 마지막에 한 그릇에 모아 담는 순서를 따릅니다. 여러 사람이 나누어 손질하고 마지막에 함께 담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 구조입니다. 또한 그릇의 크기가 모든 칼질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이 음식은 「무엇을 넣을까」보다 「어떻게 담을까」에 무게가 실린 음식입니다. 종가의 상차림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자리에 올랐을 것으로 짐작되나, 언제 어떤 자리에 올렸는지에 대한 기록은 이 자료에 없습니다.

교수의 기록 노트

이 조리법에서 가장 오래 남겨야 할 것은 재료 목록이 아니라 「그릇이 칼질을 정한다」는 순서입니다. 크기와 색을 먼저 정하고 맛을 나중에 맞추는 이 방식이 이 집안 열구자탕의 골격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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